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민주노총 보세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 아들 또래라 더 했겠지요. 당장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비정규적 노조의 절규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죽은 사람이 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50대 정규직 남성이었어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면, 사망 사고가 안 일어날까요? 죽음 앞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해야 하는 걸까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 놓은 게 자본의 ‘분할통치’라는 건 이제 상식입니다. 전체 노동자의 몫은 그대로 두면서도, 정규직의 몫은 늘리고 비정규직의 몫은 줄여 둘 사이에 싸움을 붙이는 거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것도 자본의 '분할통치' 방식입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을 가장 심하게 차별하는 사람들이 정규직입니다. 권력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할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분할 지배’ 기법을 수천 년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또는 몰라서, 자기들끼리 갈라져서 싸우는 데에만 몰두하는 것도 보통사람들이 수천 년간 헤어나지 못하는 문화입니다. 지금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고, 위험 자체를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사람 목숨 값을 아주 비싸게 책정해야, 안전장치 갖추는 비용을 아끼려 위험요인을 방치하는 자본의 ‘반생명적’ 행태를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 동력원을 가진 기계들이 속출하면서, 기계는 인간의 생명과 신체, 존엄성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표적 존재가 됐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산골에서 농사짓다 호랑이에게 물릴까 걱정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기계에게 물릴까 걱정합니다. 따지고 보면, 총이나 자동차도 기계입니다. 현대는, 기계가 인간을 죽이는 시대입니다. 기계의 살인 본능을 억압할 책임은, 기계를 소유한 자본이 져야 합니다. - 역사학자 전우용 -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컨베이어벨트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875069.html?_fr=fb#cb

<<<<<민주노총 보세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 아들 또래라 더 했겠지요. 당장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비정규적 노조의 절규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죽은 사람이 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50대 정규직 남성이었어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면, 사망 사고가 안 일어날까요? 죽음 앞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해야 하는 걸까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 놓은 게 자본의 ‘분할통치’라는 건 이제 상식입니다. 전체 노동자의 몫은 그대로 두면서도, 정규직의 몫은 늘리고 비정규직의 몫은 줄여 둘 사이에 싸움을 붙이는 거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것도 자본의 '분할통치' 방식입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을 가장 심하게 차별하는 사람들이 정규직입니다. 권력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할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분할 지배’ 기법을 수천 년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또는 몰라서, 자기들끼리 갈라져서 싸우는 데에만 몰두하는 것도 보통사람들이 수천 년간 헤어나지 못하는 문화입니다.

지금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고, 위험 자체를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사람 목숨 값을 아주 비싸게 책정해야, 안전장치 갖추는 비용을 아끼려 위험요인을 방치하는 자본의 ‘반생명적’ 행태를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 동력원을 가진 기계들이 속출하면서, 기계는 인간의 생명과 신체, 존엄성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표적 존재가 됐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산골에서 농사짓다 호랑이에게 물릴까 걱정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기계에게 물릴까 걱정합니다. 따지고 보면, 총이나 자동차도 기계입니다. 현대는, 기계가 인간을 죽이는 시대입니다. 기계의 살인 본능을 억압할 책임은, 기계를 소유한 자본이 져야 합니다.

- 역사학자 전우용 -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컨베이어벨트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875069.html?_fr=fb#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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